재로 기울어지는 산야
붉은 혀끝에 비명조차 잃어버린 불꽃의 유적
검은 숨이 눈을 찌른다
붉은 광기를 걸친 바람
뜨거움 속에서 방향 없는 몸부림
삶의 조각들
까맣게 누워있다
잿빛 바닥위에
검게 그을린 운동화 한짝
사라진 뒤꿈치의 기억 위로
하얀 재가 비문을 새기고
뚜껑 없는 양은 냄비
삶과 소멸의 틈새에
수많은 화상 자국들이
뒤틀린 손잡이를 떠받치고 있다
밥 지었던 냄새 희미해지고
형체조차 알 수 없는 잔해들
끝내 다 타버리지 않으려는 안간힘
재 위에서 뒹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