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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될 곳에 마이크 달았다”…김연경이 쏜 ‘스포츠 예능’ 공식

Last updated: November 21, 2025 9:06 am
Published: Novembe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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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명의 선수, 일곱명의 스태프, 세 명의 코치 그리고 김연경이라는 감독. 지난 9월 첫 방송한 화제의 프로그램 MBC ‘신인감독 김연경’의 주인공이다. 햇수로만 20년 경력의 배구선수 김연경이 진두지휘하는 이 팀에 ‘이길 확률이 낮다’는 뜻의 언더독(underdog)을 변형한 ‘필승 원더독스’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실업팀·은퇴 선수·배구 유망주 등 프로팀이 아닌 선수를 모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강점, 그리고 극복해야 할 약점이 있는 선수들은 회차가 지날수록 성장한다. 처음엔 감독 김연경을 보려 프로그램에 입문한 팬들은 원더독스의, 나아가 여자배구의 팬이 됐다.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1화에서 2.2%대를 기록한 시청률은 7화 4.9%로 상승했고, 당초 8회로 편성된 프로그램은 한 회차를 늘려 23일 마지막 방영을 앞두고 있다.

SBS에서 29일부터 방영하는 스포츠예능 ‘열혈농구단: 라이징이글스’ 선수단과 서장훈 전 농구선수(가운데)의 모습. 사진 SBS 홈페이지 캡처

‘신인감독 김연경’의 인기는 이달 공개 예정인 스포츠 예능들로 확대될 전망이다. 복싱 마니아인 배우 마동석이 기획·출연하는 tvN ‘아이 엠 복서’(21일 첫 방송), 골프선수 박세리가 단장으로 서는 채널A ‘야구여왕’(25일 첫 방송),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이 출연하는 SBS ‘열혈농구단: 라이징이글스’(29일 첫 방송) 등이 연달아 공개 예정이다.

‘아이 엠 복서’는 액션 배우이자 30년 경력의 복싱 체육관 관장인 마동석 배우가 설계자인 ‘마스터’로 참여한다. ‘강철부대’의 이원웅 PD, ‘피지컬:100’의 강숙경 작가가 모여 일대일 복싱 서바이벌을 펼친다.

‘야구여왕’은 리듬체조 선수 출신 신수지, 육상 선수 김민지, 핸드볼 선수 출신 박하얀, 유도 국가대표 김성연 등 여성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 야구라는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열혈농구단: 라이징이글스’는 서장훈이 감독, 전태풍이 코치가 되어 샤이니 민호, NCT 쟈니, 배우 오승훈·박은석, 아나운서 박찬웅 등 11명의 연예인과 연예계 농구팀을 이뤄 경기하는 내용의 예능이다.

‘최애’ 선수 보러왔다가 ‘스포츠 입문’까지

21일부터 방영 예정인 tvN 예능 ‘아이 엠 복서’를 기획, 출연한 마동석 배우. 마동석 배우는 30년 경력의 복싱장 관장이기도 하다. 사진 tvN

이들 예능의 공통점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한 명의 대표 인물을 세운다는 것이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평소 운동에 진심이었던 방송인 등을 통해 해당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권 PD는 “기획 당시 ‘여자배구=김연경’이라는 믿음이 확고했다”며 “김연경 감독이 현역 선수이던 지난해 기획안을 들고 가 1년이든 2년이든 기다리겠다고 했다”며 “공교롭게도 그해 김연경 선수가 은퇴 의사를 밝혀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이 엠 복서’의 경우 아예 기획부터 마동석 배우가 참여했다. 복싱에 관심이 있어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던 이원웅 PD에게 복싱 마니아인 배우 마동석이 합류 의사를 밝히며 제작이 현실화됐다.

예능 아닌 다큐멘터리로 보이게…“중요한 건 결국 진정성”

MBC에서 지난 9월부터 방영한 스포츠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경기 중인 인쿠시(왼쪽), 구솔 선수의 모습. 권락희 PD는
“중간중간 기존의 배구 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컷들을 담아내고 편집하는 데서 피디들도 아주 큰 재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사진 MBC 

예능이라는 장르로 묶이지만, 서사성을 강화하고 예능감을 뺀 다큐멘터리식 연출을 택한 것도 특징이다. 보통의 스포츠 중계가 경기만 보여준다면 프로그램에선 경기 전후로 쌓인 서사를 촬영, 각 선수가 성장한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편집해 몰입감을 높인다.

‘야구여왕’ 방영을 준비 중인 신재호 PD는 “스포츠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진정성”이라며 “‘야구여왕’에 참여한 선수들은 새벽에 곧바로 훈련장에 가고, 해가 져야 집에 돌아가는 야구선수의 삶을 살았다. 결국 서사를 만들어낸 건 선수들이 보여주는 노력과 진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촬영 기법부터 바꾼다…보디캠 달고, 숨소리 담는 연출도

MBC에서 지난 9월부터 방영한 스포츠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이진 선수의 모습. 선수복에 핀 마이크를 달고 뛰는 모습이다. 사진 MBC

‘스포츠 예능’엔 중계에서 듣기 힘든 소리가 들린다. 바로 선수의 숨소리다. 선수복에 핀 마이크를 달고, 감독만 단독으로 비추는 카메라를 둔다. 선수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보디캠과 높은 상공에서 경기를 조망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드론 촬영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생생함을 위해서다.

‘아이 엠 복서’ 이원웅 PD는 “복서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싸운다. 이들의 표정을 잘 담으려 노력했다”며 “웬만하면 방송에서 쓰지 않는 촬영방식을 택하고, 떨리는 호흡을 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곳에 마이크를 설치하기도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방영 예정인 tvN 예능 ‘아이 엠 복서’의 경기 장면. 1대1 서바이벌 형식의 복싱 예능을 표방한다.
2000명의 복서가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제작진은 90명을 추려냈다. 사진 tvN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 예능은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속에서 (시대에 맞게) 여러 시도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금의 대중이 스포츠 예능에서 보고싶어하는 건 예능이 아니라 ‘스포츠’다. 실제로 최근 프로그램에서는 스포츠 선수로서의 성공과 성장의 사례를 만들어내 이 기대에 부응하는 중”이라고 평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사회 분위기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시대”라며 “스포츠 예능을 통해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에 의한 성과가 나오는 게 보여지니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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